[앵커]
우리에게 ‘쌀’이 있다면 중국인에겐 ‘돼지고기’가 있습니다.
이 돼지고기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 중국 경제 전체가 휘청인다는데, 당국이 비축량을 풀어도 안정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이른바 '피그플레이션'.
그 실태를 공태현 특파원이 중국의 시장을 다니며 생생하게 전해왔습니다.
[기자]
동 트기 직전 오토바이와 수레가 분주히 움직입니다.
빨간옷을 입고 돼지고기를 옮기는 상인들의 발걸음은 바빠집니다.
"저량안천하"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평안케한다는 중국 속담이 있을 만큼 중국인의 돼지 사랑은 각별합니다.
돼지 가격 하나로 물가 수준이 결정될 정도라 피그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만들어졌는데요.
최근 상승하는 돼지고깃값에 비상이 걸린 돈육 도매시장의 새벽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돼지고기 가격이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표시됩니다.
칼로 고기를 손질하는 소리만 들리고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신파디 돈육 시장 상인]
"분명히 이전보다 비싸졌어요. 10월 초보다도. 별로 안 팔려요. 오는 사람이 없어요. (뭐라고요?) 사람이 없어요!"
석 달 전 다녀왔던 재래시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를 거치면서 당국이 돼지고기 수급량을 조절했지만 가격은 더 올랐습니다.
직접 삼겹살을 사봤습니다. 지난달보다 2위안 오른 가격인데요. 상인들도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각 지역의 봉쇄와 해제가 반복돼 수요과 공급이 들쑥날쑥하고 수입 물량까지 끊긴 탓으로 추정됩니다.
[전통시장 상인]
"(코로나 때문에) 수입 고기가 안 들어오니까 무조건 가격이 올라가니까 국가에서 비축육을 넣고 있어요."
당국이 돼지고기 가격에 민감한 이유는 돼지고기 소비가 우리나라의 쌀 소비와 비교될 정도로 가계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중국인 1명이 소비하는 평균 돼지고기는 40.1kg로 전세계 인구 1명 소비량의 3배에 달합니다.
[베이징 시민]
"괜찮아요. 그냥 먹고 살 겁니다. 비싸도 먹어야죠."
[베이징 시민]
"돼지고기를 제일 많이 먹어요. 그냥 습관 같아요."
당국이 산정하는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항목 가운데 돼지고기 가격은 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돼지고기 도매가는 반년 새 3배 가까이 급등했고, 지난 9월 소비자물가는 당국 통제 기준인 3%에 근접한 2.8%까지 올랐습니다.
29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음식점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
급등하는 식재료 가격 만큼 음식값을 올리자니 손님들의 반발이 우려됩니다.
[김광상 / 베이징 삼겹살집 사장]
"소매시장에서 구입하는 거보다는 도매시장가서 구입하는 게 조금 더 원가 절감할 수 있을까해서 몸으로 뛰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물가는 더욱 들썩일 수 있어 당국은 민심을 예의주시하며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후베이성엔 26층 짜리 세계 최대 규모의 돼지 사육 호텔을 지어 매년 60만 마리 사육하기로 했고 대리모를 통해 복제 돼지를 대량 출산하는 과정을 자동화하는 로봇 기술도 개발하는 등 자급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채널A 뉴스 공태현입니다.
공태현 특파원
영상취재 : 위진량(VJ)
영상편집 : 차태윤
공태현 기자 ball@ichannela.com